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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세상, 여성의 이름으로 지켜내자!
2025.02.18. 김희라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지부장
3.8 세계여성의날이 차별로부터 저항하는 모든 이들의 날이 되기를 바라며, 3.8 여성파업을 제안하는 김희라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지부장이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내가 그동안 일해 왔던 사회복지 현장은 대표적인 여성 다수 고용 영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성 다수가 일하는 현장이라고 해서 조직 내 성차별이 없는, 모두가 평등한 일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나는 이직을 위해 응시했던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으로부터 ‘20대 후반인데 가까운 시일 내에 결혼 계획이 있는가?’, ‘결혼 이후 자녀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직 중이었던 한 기관에서는 ‘꾸밈’ 정도에 따라 여성 사회복지사들을 향한 ‘용모의 단정함’ 여부를 대놓고 평가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이뿐이면 다행일까? 사회복지 노동자의 구성에는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여성은 관리자급으로의 승진 또는 진급에 있어서 열위에 놓여있어, 유리천장의 상황을 고스란히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성차별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의 성차별 실태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상황에 나는 ‘그래도 다른 분야에서 일했을 때보다는 덜 심하니까, 괜찮지 않나?’라는 쓴웃음 섞인,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상황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원 사업 수행을 철회하겠다는 기관에 의해 갑작스레 동료들이 해고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전보 등을 통해 마땅히 이들을 구제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기관에 대한 굉장한 실망감과 동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나는 이때부터 조금씩 사회복지 현장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마주하게 되었고,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며 그간 찌들었던 차별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느끼게 되었다.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했던 나였지만, 그간 내가 경험해 왔던 차별은 자각하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과거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성평등한 세상이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여성 노동자의 경제활동 비중이 역대 최대를 이룬 것을 보면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7년째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에 이르며, 유리천장지수 역시 1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었더라면 이러한 통계적 수치로부터 확인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오랜 기간 대두된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는 구조적 성차별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구조적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여성 노동자들의 한 마음 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여성 노동자들의 일치된 마음이 드러난다면 성별로 갈라쳐 차별을 점철하는 작금의 사회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노력은 또 다른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저항하는 힘의 의미가 무엇인지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3월 8일은 117번째 국제 여성의 날이다. 117년 전, 여성들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었던 여성들의 뜻을 기억하고, 갈라쳐도 갈라지지 않는 꼿꼿함으로 단결하여 다양한 사회 차별로부터 맞서는 날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에 함께 합시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