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용자 정부와 지자체는 즉각 사회복지노동자의 요구에 응답하라!
사회복지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를 정한 법이 제정된 3월 30일은 사회복지사의 날이며, 정부와 지자체는 기념식을 열어 사회복지노동자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해왔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사회복지노동자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스스로가 정한 임금가이드라인조차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처우개선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처우개선과, 복지증진, 지위 향상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나 정부와 지자체는 실질적인 사용자로서의 의무와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민간중심의 전달체계를 활용하여 예산 지원을 최소화하고, 사회복지노동자의 처우개선의 의무를 민간에 전가하고만 있다.
사회복지시설 예산을 확충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라!
사회복지시설의 열악한 예산지원은 사회복지노동자에게 과중한 노동을 야기한다. 사회복지노동자는 부족한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후원금 모금하고 정부, 공공기관, 기업의 공모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이용자를 위하여 일하기도 부족한 시간을 사업비를 확보해야하는데 골몰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의 운영을 안정적인 예산이 아닌 후원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 정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이다. 사회복지서비스를 후원과 공모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없으며, 사회복지노동자의 노동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족한 사회복지시설의 예산은 사회복지노동자 스스로에게 해고를 강요한다. 인건비와 사업비가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임금이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사업비로 사직을 강요받기도, 스스로 선택하기도 한다. 또한 성과와 실적만을 강요하는 평가와 경쟁의 구조와 지자체의 갑질은 정작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동료가 현장을 떠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낮은 임금을 견뎌내어야만 사회복지노동자로서의 자격을 획득하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사회복지시설의 예산을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비정규직 사회복지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동일한 사회복지노동에 동일임금을 보장하라!
「팀원 중에 어르신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는 계약직 직원이 있습니다. 1월이 지나면 만 2년차가 넘게 되어 기관에서는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당사자의 계속 근로 의사가 있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게 될 경우 사업 종료되더라도 계약해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의 불씨를 없애겠다는 것이지요. 계속 근로를 원할 경우 입사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으라 하였습니다. 무기계약직 전환이 정규직인 저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할 수 있는데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을 내세워 책임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 것이지요. 사회복지 현장에서, 무엇보다도 인간 중심의 운영을 가치로 삼아야 할 곳에서 이게 과연 맞는 선택인지 화가 나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노동조합에 비정규직인 전담인력의 문제를 호소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한 동료 사회복지사의 글이다. 현장에서는 같은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비정규직이 늘어가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에 해당하나 별도의 지원이 없어 사회복지시설은 법위반을 무릅쓰고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이 일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고 정규직이 일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차별적인 임금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복지노동자는 소관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특화 사업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여성이며 돌봄노동을 한다는 이유로, 기능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임금을 받고 있다. 충분한 인력을 지원하지 않아 시설 자체적으로 채용된 사회복지노동자가, 보훈처의 사회복지사가, 가족센터의 통번역지원사가, 각 종 센터의 사례관리사가, 노인일자리 전담인력 등의 사회복지사가, 아동돌봄센터의 사회복지사, 바우처사업의 돌봄노동자 등등 복지가 확대될수록 사회복지일자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사회복지라는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 보장을, 사회복지노동자 단일임금체계의 예외 없는 적용을 촉구한다.
5인 미만 사회복지지설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사회복지시설의 대다수는 소규모 시설로 50% 정도가 5인 미만 사회복지시설이며, 노동자의 10%가 일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로 5인 미만의 사회복지시설에서는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한 징계와 해고,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의 영세성이다. 따라서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로서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영세성을 이유로 한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사회복지시설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민간을 핑계로 5인 미만 사회복지시설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5인 미만 사회복지시설의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권리를 박탈당한다. 사회복지현장에서조차도 노조 할 권리를 혐오하는 민간 법인으로 인하여 자신이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밝히지 못한 채 숨죽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우리는 5인 미만 시설 노동자에 즉각 근로기준법 적용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민간위탁 개선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라!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에 사회복지사업을 위탁한다고 해서 그 책임까지 위탁할 수는 없다. 원청사용자의 체불임금의 지급의무나 감정노동의 보호 의무는 법으로 정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위탁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어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회복지노동자는 실질적인 사용자인 정부 및 지자체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하나 최소한 협의도 거부당하고 있다. 민간위탁사회복지노동자에게는 정부와 지자체가 노조법상 허용된 근로시간면제자도 인정되지 않으며, 법상 사용자인 민간법인과 맺은 단체협약조차도 인정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권리보장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민간위탁 구조 뒤에서 노동권을 박탈하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
노동권을 보장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사회복지법인은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도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의 과정에 노동자의 이용자의 참여를 보장하여 제도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한편, 사회복지시설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여 사회복지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감정노동 보호하라!
사회복지설 노동자의 60%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법인으로부터 후원금을 강요받기도, 종교법인으로의 종교행사 참석강요 등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기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회복지노동자의 감정노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 CCTV를 통하여 노동자를 감시하고 노동조합활동을 감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민간 기업에 가려졌지만 원청사용자 중에서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가장 불량한 사용자는 정부와 지자체이다.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복지시설에서조차도 인권과 민주주의는 직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이 사회복지법인의 사유물이 되지 않고 공공성을 갖추고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절실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사회복지노동자의 감정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여야 한다.
탈시설 노동자의 고용승계 보장하라!
코로나의 시기 장애인 등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거주시설은 더 이상 거주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역사회와 유리된 수용중심의 거주시설은 사회적 약자를 지역사회로부터의 격리하여 배제함으로서 인권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시설의 소규모화에 불과할지언정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탈시설 계획에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하는 1500여개 1만7천 노동자의 고용 대책이 없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거주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지역사회에서 온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해고와 고용의 책임을 민간에만 맡겨둠으로 갈등을 야기할 뿐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향후 탈시설에 있어 지역사회의 돌봄을 위한 공적인 전달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복지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시설비리 해결하고 공익제보자 보호하라!
형제복지원, 도가니, 에바다 등으로 상징되는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시사프로그램의 단골소재로 전락한지도 오래다. 사회복지시설을 친인척으로 운영하면서 보조금으로 임금을 받아가고, 후원금을 법인의 운영하는 자금으로 사용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 만 잠시 땜질식의 대책을 발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를 제보한 노동자의 대다수는 따돌림과 갑질로 고통을 받고 스스로 일터를 떠나야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복지노동자에게 비리와 인권침해를 신고할 의무만 부여할 뿐 정작 보호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민관협력 강화를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와 협력은 상호 대립되는 조건이 아니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과 행정처분의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복지 확충하고 민중복지 실현하라!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원칙이며, 사회복지노동자의 존재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사회복지를 강화를 위한 제대로 된 공약을 볼 수 없었다. 선거 이후에는 집무실이전이나 부자들을 위한 규제완화를 쏟아내고 민주노총에 대한 엄포와 장애인의 권리 투쟁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던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이다.
그 어디에도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수준이 사회복지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계 최대 자살률과 OECD 평균의 세배에 달하는 40%의 노인빈곤율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찾아 볼 수 없다. 3월 30일 사회복지사의 날, 우리는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투쟁을 멸시와 조롱으로 혐오하는 정부에 맞서 사회복지와 사회복지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하여 투쟁할 것이다. 정부는 즉각 악화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워진 빈민, 장애인, 홈리스 등의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복지노동자가 앞장서서 노동권을 쟁취하자!
사회복지노동자가 앞장서서 민중복지 실현하자!
우리 사회복지노동자들은 인권과 복지의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의 전 생애에 걸쳐 사회복지노동자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을 위한 필수노동자라고 불리면서도 정작 우리의 권리는 필수가 아닌 시혜로 저울질 되어왔다. 윤석열 당선자는 사회복지사에게 코딩을 배워볼 것을 권유하였지만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소통하는 언어를 제대로 배우고 실천하는 노동자이다. 우리는 사회복지사의 날이 사회복지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시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기념일이 아니라, 사회복지노동자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한 날로 기억하고자 한다. 우리의 언어와 노동으로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닌 우리 사회의 빛으로 남고자 투쟁할 것을 것이다.
2022년 3월 30일
민중에게 복지를 권리를! 사회복지노동자에게 복지를 권리를!
사회복지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