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 민간 사회복지법인 괴물 갈아엎는 진흙탕 개싸움이 열렸습니다.





대한성공회서울교구 사회복지법인지회 지회장 김치환



  코로나19, 유례없는 긴 장마에 폭우, 곧 이어질 폭염과 열대야... 열악한 주거환경과 저임금 장시간 비정규 노동의 덫, 더 많은 질병과 재해에 가장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동과 노인 그리고 장애를 가진 이들의 곁에서 돌봄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동지들께 ‘안녕하시냐?’ 인사를 선뜻 건네기 쉽지 않은 나날입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산송장 같은 일상은 되지 않아야 하겠기에 기운 차리고 동지들께 인사 드립니다. 저는 <대한성공회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지회>(이하 성공회지회)지회장직 소임을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 김치환입니다. 투쟁! 




  ‘노동자는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1항에 명시된 이른바, 노동3권을 밑천삼아 2018년 7월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를 상급단체로 하여 지회설립 총회를 가졌습니다. 



노조설립 두 돌이 막 지났습니다. 노조 결성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설운영법인 대한성공회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요구 공문발송이었습니다. 노동3권 중 첫 번째, 단결권을 실현하였으니 그 다음 순서인 단체교섭 권리에 따른 단체협약을 맺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지요. 단협은 임금협상을 넘어서는 노동자 인생 거의 전부를 보내는 일터의 환경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디자인하는 일이지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노사가 ‘일터에서의 헌법’을 합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동시간, 휴일과 휴가, 노동안전, 공정하고 투명한 승진과 인사, 직무능력 향상과 장기근속을 위한 지원,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성평등과 여성권, 성과의 공정한 분배, 복지후생, 비정규직 및 계약직 제한, 법인과 시설 관련 전환 시 고용안정 등 지속적이고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냅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을 정하고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죠.



특히, 단협 조항에 조합원의 인사이동, 징계, 정리해고 등 인사조치에 있어서는 노조와 합의해야 하며 인사・징계위원회 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구성하는 것은 양보하거나 후퇴할 수 없는 조항입니다. 이는 인사권자인 기관장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조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측은 경영권과 인사권은 자신들의 고유권한이라는 무한반복, 상황에 따라서는 법인은 실제 사용자가 아니라며 사실상 교섭을 깽판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아니면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노갈등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노동법에 빠삭한 법인계약 노무사+노동3권 이해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법인+법인 입맛에 따라 꽂아놓은 무개념・낙하산기관장으로 구성된 사측을 만나면 단체교섭은 백발백중 진흙탕 개싸움 판이 됩니다. 단협은 파행으로 가고 노조는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등 단체행동권을 행사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노조의 주요 활동 조합원은 표적이 되고 조금의 꼬투리라도 잡히면 인사위원회 회부와 함께 징계, 공식처럼 이어집니다. 모르는 분들은 21세기 대명천지에 설마들 하시겠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수순이지요. 









  제가 일하는 곳은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산하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도란도란>입니다. 관악구 봉천동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목 빌라촌에 있는 20명 정원의 작은시설입니다. 직원은 시설장을 제외하고 9명.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조리사 전 직종이 조합원으로 함께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인권침해, 갑질,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시설장을 퇴진시키기 위해서였죠. 시설장은 몰아 내었으나 법인이 임명한 새로운 시설장은 형태만 달리할 뿐 지역사회 통합돌봄 복지에 대한 몰이해와 거주시설 당사자의 인권에 너무나도 무지했습니다. 노조 설립 이후, 조합원 3명은 퇴사를 했고 이제 다섯 명이 남았습니다. 



  시설장은 지난 6월 돌연 시설폐지를 선언하였고 법인은 이를 승인하였습니다. 거주이용인에 자립지원 계획은 물론이거니와 고용유지 방안도 없이 말입니다. 시설장은 서울시와 협의했다고 하는데 정작 노조와는 일체의 논의도 없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장애인거주시설이 가진 감금과 통제, 배제와 차별의 구조적 인권침해 요소를 안고 있는 문제에 주목하며 시설폐쇄와 그에 따른 대안 즉, 시설기능을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로의 사업전환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런데 법인과 시설장은 노조의 대안제시와 긴 시간의 준비를 해 온 것을 잘 알면서도 대안 없는 시설폐지를 단행했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의 기본마저 저버리는 무법천지이고 괴물도 이런 괴물이 없습니다. 시설폐쇄 예정일은 9월 9일입니다. 성공회법인의 시설폐쇄는 명백한 위장폐쇄이며 부당노동행위입니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진짜 사용자 서울시’는 ‘바지사장 성공회 법인’의 위장시설폐쇄 경위를 엄중하게 조사하고 불법행위 책임자를 처벌하는데 적극 나서도록 성공회지회는 강력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에 이어 34조에서는 모든 국민 가운데 각별하게 여성과 아동 노인 청소년 장애인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의 소외된 이웃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보장의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간사회복지법인은 국가와 지방정부로부터 권한에 앞서 책무를 위임받은 것을 엄중하게 인식하여야 합니다.



  시설 사유화, 회계부정과 비리, 성폭력, 인권침해, 위계와 권력에 의한 괴롭힘, 직장갑질... 헤아릴 수 없는 민간사회복지 법인들의 낯 두꺼운 범죄행위에 귀 막고 눈 감은 국가와 지방정부는 모두 한통속이고 공동정범일지도 모릅니다. 사회복지는 사회공공성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공공성의 다른 이름은 민주주의이고 결국 사회복지 노동은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노동조합은 자주적인 단결권의 토대위에 민주주의를 완성해가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좀 빡세고 힘겹더라도 사회복지 노동조합과 함께 해보렵니다. 민간사회복지법인 괴물 갈아엎는 진흙탕 개싸움에 동지들을 초대합니다. 힘 제대로 써 봅시다. 그리하여 승리의 연꽃을 피워 냅시다. 투쟁!






* 필자인 김치환 지회장은 올해 정직 1개월(2020년 6월 4일~7월 3일) 징계조치를 받았다. 징계 사유로는 ‘업무명령을 위반하거나 보고 없이 자의에 의해 시행치 않았고, 과실로 기관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기관에 손해를 끼치거나 업무수행을 방해하였고,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직무에 태만하였다’는 모호한 인사규정만 인용되었고, 사측은 상세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주 장애인들의 자립과 지역사회 정착 업무를 미룰 수 없어 정직 기간에도 출근을 감행했다. 동료 조합원인 강자영은 정직 징계 중인 필자와 조력하여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최근 감봉 50% 징계를 당했다. 두 사건 모두 부당징계 구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성공회 법인은 최초 발생한 전 시설장의 인권침해 진상조사 문제에 관하여 진상조사가 완료되었지만 보고서 채택을 이러저러한 핑계로 거부했다. 또 노동조합의 교섭 요청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7월 15일 집시법 위반, 폭력행위 등 법률 위반, 명예훼손 등으로 필자를 남대문 경찰서에 고소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