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그 이후
작년 11월 모 언론사를 통해서 복지관이 오랜 시간 저질러오던 회계비리가 드러났다. 지역축제의 후원금을 법인전입금으로 빼돌려 온 이 비리는 지역사회 시민단체와 복지관 이용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내부고발자’로서의 나의 업무환경은 매우 힘들었다. 스트레스가 몸에 이상으로 오는 초유의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상했다. 나는 후원의 주체인 후원자와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현장에 있는 우리 종사자들이 후원금을 떳떳하게 모금하고 사용할 수 있게 용기를 낸 것인데 ‘나에게 왜 이런일이 생긴걸까?’ 고민이 들었다.
미동 없는 최고관리자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인이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 책임지기를 바라며 1인 시위와 주말 시위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첫 보도 이후 몇 개월의 악몽과 같은 직장생활을 버티며, 지역여론과 언론을 총 동원했고, 결국 법인이 손을 들었다.
지리한 몇 개월 동안 내가 개인적으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부고발로 내가 승진을 할 것도 아니고, 업계에서 환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나는 회사에서 내부고발자의 꼬리표를 달고 어렵게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몇 개월 동안 싸운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복지현장에는 ‘관행’이라고 이름 붙여진 잘못된 습관들이 많다. 그 가운데 특히 후원금으로 법인전입금을 조달하는 부분은 ‘관행’ 중에 가장 나쁜 범죄행위이다.
그렇기에 법의 심판을 요청하게 위해 외부 시민단체와 함께 법인을 고발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나 한명 용기를 내서 뭔가 바꿔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이라 생각했다.
나는 내가 결코 깨끗하거나 완벽한 복지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불법이 ‘관행’으로 아무 감각 없이 저질러지고 있는 우리 사회복지현장이 바뀌길 바랬다. 그래서 나선 던 것 같다.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의 이야기를 많은 사회복지사들도 함께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일하는 현장에 떳떳한 현장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복지의 공공성’은 그저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부고발은 쉽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복지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싸우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로서 내 안의 양심을 찌르는 여러 ‘관행’들. 이제는 스스로 고민하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우리들은 법인의 하수인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복지업무를 위탁받아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들이기 때문이다.
현장의 여러 부조리함들과 관행들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을 때, 노조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복지의 공공성 확립을 위해 함께 투쟁하고 있는 노조에게 문을 두드려달라. 무조건 이긴다고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업계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구나’, ‘업계에도 이렇게 믿을만한 사람들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나설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그대들과 함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