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해 12월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정부와 지자체의 민간위탁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사회복지서비스분야이나 그동안 민간위탁 사회복지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부재하였다. 지자체 중 서울시가 비정규직 대책에 가장 앞섰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민간위탁노동자의 문제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몇 가지 대책과 선언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문제까지 우리가 다 해결할 수 없으니, 고용노동부 등 다른 행정기관에서 문의하고 해결하라는 식의 실무부서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한 가이드라인 또한 민간위탁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미비한 대책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할 뿐, 수탁기관의 자율성과 인사노무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사용자의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인사노무의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지침을 내리고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임금과 경력, 승진과 승급, 예산의 사용과 범위, 인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징계 등 매우 구체적인 사항까지 규제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복지노동자의 진짜 사용자지만 그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확약서를 제출받고 미이행 할 경우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하나가 퇴직급여를 들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퇴직연금제도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지침에서는 임금의 1/12만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어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지침 자체가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홍길동은 신분상의 제약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으나 사회복지노동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방침으로 사용자를 사용자라고 부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책임을 부정하고 나아가서는 민간위탁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직영하는 대책이 부재하다는 것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서울시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와 약속한 정기협의도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황으로 다시 수탁기관노동자와의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임금을 사회복지노동자의 노동자와 노동조합과의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임금이 적정하게 지급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 처우를 개선할 도 없다. 수탁기관의 지급이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제한된 연장근로수당만을 지급하여 무료노동과 열정페이를 만연하게 만든 장본인이 정부와 지자체이다. 따라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과연 계약해지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위탁사업에만 적용하고 법인이 설립하여 운영하여 예산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사회복지시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여러 가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야하며,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자를 민간위탁관리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특히 서울시와 같이 노동조합과의 협의 자체를 부정하는 가운데 현장노동자의 분명한 입장과 요구를 제기할 있는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은 하나의 단초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한 가이드라인은 사회복지노동자의 요구를 가장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을 통하여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넘어설 수 있다. 그동안 많은 문제가 되었고 공개가 되지 않아 수탁법인의 선정 등 위탁계약의 투명성 등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정부와 지자체가 쳐놓은 가이드라인 안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사회복지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함께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