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용산일시청소년쉼터에서 야간노동자로 일하다가 해고되어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회복지노동자입니다. 2022년 12월 31일자로 해고 되어 이제 복직 시위 70회차, 4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처지를 증명하도록 끊임없이 요구받는다고 합니다. 비정규직 해고자인 저 또한 그렇습니다. 계약종료인데 왜 해고라고 하느냐? 계약이 1년인 것을 알고 입사한 것 아니냐?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런 것 아니냐? 라고 묻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왜 가난한 사람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보장을 받기 위해 자신을 처지를 증명하려고 애써야 하고, 일하다가 다치고 죽는 노동자들은 산재승인을 받기 위해 그리고 사용자와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고통이 배가되는 과정을 거치며 호소를 해야 합니까. 청천벽력 같은 재난을 당하고 하루를 버텨내기에도 힘든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은 왜 뭇 사람들의 비난의 폭격과 부당한 질문에 시달려야 합니까?
왜 우리 사회는 가난과 산재와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을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있습니까?
대한민국이 기본권이 보장된 나라인 것 같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조차도 자신의 처지 설명서를 끊임없이 제출하도록 요구받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시고 의문을 가진 분들께 답변드리겠습니다. 저는 서울YMCA가 운영하는 용산일시청소년쉼터에서 비정규직노동자로 일하다가 1년만에 계약종료를 이유로 해고 되었습니다. 서울YMCA는 제가 해고되기 전인 2022년 9월, 서울시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서 청소년 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현재 종사자를 모두 고용유지하겠다고 하였고 종사자의 노동조건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심의를 거쳐 청소년 사업을 위탁받았습니다. 이는 서울시의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와 지침에 따른 것으로 당연한 것입니다. 지침 제11조(노동약정 이행 등) 2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된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7항은 상시,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산일시청소년쉼터도 운영 법인 서울YMCA도 비정규직 해고자인 저의 고용유지를 위해 현재까지도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했던 업무는 상시지속업무였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쓸 때 계속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하였지만, 쉼터 소장은 2022년 11월부터 저와의 계약연장을 위한 협의를 일체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를 해고 하면서 앞으로도 ‘야간노동자는 1년씩 고용하겠다’고 하면서 민간위탁 조례와 지침에 따른 상시지속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또한 민간위탁 조례와 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서울시 청소년 정책과는 상시업무 종사자의 고용 보장을 위한 최근 2년 이내 지도 감독 및 시정조치 사항과 청소년 쉼터 인력 충원과 상시 업무 정규직 고용을 위한 계획과 예산 편성에 대한 노동조합의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용산일시청소년쉼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은커녕 취업 규칙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임시적으로 표기하는 등 차별과 해고를 손쉽게 하려고 있지만 서울시는 조례와 지침에도 위배되고 비정규직노동자를 차별하는 이런 비민주적 운영에 대해 지도할 의사도 없어 보였습니다.
민간 위탁에 관한 조례와 지침도 모르쇠하는 서울시의 무책임, 사회복지시설 운영법인의 무책임은 사회복지시설 기관장의 비정규직 고용과 해고 행태를 남발하도록 하고 있고 사회복지시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철새처럼 시설을 이동하거나 비민주적인 사회복지시설에 절망을 하고 현장을 떠나가게 됩니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왜 복직 싸움을 하느냐고 묻지 말아 주십시오.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라며 안타까이 바라보지만도 말아 주십시오.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는 이유로 부당하고 억울하게 해고된 것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쉼터에서 만나온 청소년도, 청년도, 노동자도 비정규직 노동으로 차별받으며 1년 살이 인생을 살다가 소진되고 마는 미래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해주십시오. 그리고 연대해주십시오. 함께 정부와 서울시에게 책임을 묻고, 사회복지시설 운영 법인 서울YMCA에게 책임을 물어주십시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두터운 사회복지로 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가 되도록 사회복지시설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