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5년간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했습니다. 일하며 주변에서 '힘든데 좋은 일 한다.' 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전문가보다는 단순 좋은일 하거나 봉사하는 사람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기간동안 현장에서 보내며 사람들이 '힘든데' '좋은 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말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현장은 정말 각박하고 힘든데 사회복지사들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좋은일을 하고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주변에서 사회복지현장을 떠나는 수많은 동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회복지사들과 모여 이야기 나누다보면 그 중 청년사회복지사의 퇴사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퇴사의 이유는 대부분 조직문화, 직장내괴롭힘, 갑질, 업무양, 초과근무, 적은 급여 등의 이유였고, 퇴사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복지 현장이 녹록지 않아서' 라는 이유로 추려졌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현장이 좁기때문에, 혹은 다시 현장에 돌아오지 못할것이라는 두려움과, 이야기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결국엔 '개인사정이 있어서'라는 이유를 만들며 나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부 및 지자체의 민간위탁 사업이라는 이유로 정부는 관리감독과 노동조건, 안전 책임마저 민간에게만 미루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서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몇 일전, 윤대통령은 복지,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노동 현장에서의 불법과 폭력을 뿌리 뽑고, 노동자에게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체계가 이뤄지도록 하여 노동 약자를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 근로자의 건강권, 휴식권을 확실히 지키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한 만큼 보상 받고, 건강권과 휴식권을 확실히 지키도록 하겠다면서 주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니 앞 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미 사회복지 현장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갈려 나가고 있는데 이미 긴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더 늘리다가는 사회복지 현장의 청년들은 다시 현장을 떠나게 될 것 입니다.
사회복지의 기본은 ‘사람’입니다. 현장에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양질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가 어떻게 더 좋은 사회복지를 제공하고 안정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습니까?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을 정부에서 집중하고 있는만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개편하기 전에 사람중심인 전달체계 인력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지역사회에 배치되어야 할 것 입니다.
종사자들은 행정적인 복지 정책 집행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파악하고 연결하며, 정책적 공백이 있다면 이를 메우기 위해 개선의 목소리도 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복지사들은 오히려 행정업무와 사회복지 현장의 갑질에 노출되어 허덕이고 있습니다.
복지정책은 일선 사회복지사들이 만들어갑니다. 예산과 제도는 그 자체로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과 그 정책을 필요로 하는 당사자를 연결하고, 가닿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소명도 있고, 자부심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이 사회복지사로 사회복지 현장에 들어오고자 할 때, 저는 그들을 기쁜 마음으로 맞아줄 자신이 없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복지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가닿는 따듯함보다 차갑기 그지없는 사회복지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눈에 밟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현장에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공정과 상식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기본만이라도 지켜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