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권리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를 꿈꾸며~
지난 2023년 3월 24일. 이날은, 전날 지인과의 약속으로 차를 두고 퇴근해 지하철로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역사를 들어서자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로 인해 승객 불편이 발생할 수 있으니 참고해달라’ ‘바쁜 승객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달라’의 내용으로 기억한다. 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순간 나는 출근을 하던 사람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각 방송이나 지면에서 보아왔던 불평이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어디 가고 그저 담담히 출근길을 재촉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사람들이 불쾌해할 것을 걱정하며 긴장하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나니, 실소가 피식하고 새어 나왔다.
언론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차분한 사람들이 더 지배적인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로 발생하는 지연은 실제로 최대 길어야 1시간 정도이다. 물론 바쁜 출근길 1~2분을 다퉈가며 빠른 환승을 찾는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1시간은 정말 큰 시간이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장애인복지관 종사자로 근무하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하 장애인)이 외출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비장애인에 비해 할애해야 할 시간이 얼마나 더 요구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만약 9시까지 출근해야 할 장애인이 가장 분주한 출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하철로 출근해야 한다면 9시 출근은 포기하고 유연근무를 사용해야 한다. 빠른 환승을 이용해가며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다. 그나마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엘리베이터가 있는 역사라도 있으니 이를 이용할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여 비장애인에 비해 더 시간을 사용해가며 출근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다른 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는 원하는 시간에 움직이려면 몇 시간 전에 예약해야 하고 그럼에도 배차는 들쑥날쑥이기 때문에 어떤 날은 한정 없이 기다리고, 어떤 날은 준비를 다 마치기 전에 출발해야 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그러면 저상버스는 어떠한가? 배차율은 59%로 버스가 오면 바로 탈 수 있는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은 5대 중 2대는 보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지만 장애인에게는 그 시간을 더 쪼개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하철 시위가 있을 때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만을 부각하는 언론의 태도가 과연 중립적인 것일까? 또한 지하철의 고장이나 사고 등으로 연착 또는 지연이 발생할 경우 시위 안내방송처럼 반복적으로 상세하게 발생 원인을 방송하는 경우도 기억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장애인과 좀 더 밀접한 사회복지사로서 어쩔 수 없이 답답해진다. 세상을 살면서 소수이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작게, 다수에 맞춰진 시스템의 편리함을 누리면서 어쩌다 발생한 일시적인 불편함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크게 내는 이 불합리함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소수이기 때문에 다수에게 맞춰야 하는 것은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바라건대, 다수가 소수의 권리를 잊지 않고 함께 하려는 사회의 공익성과 성숙함이 더 자라나기를... 그러기 위해서 사회복지사로서 소수의 목소리에 보태어 더 큰소리를 만들어 가는 연대의 끈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에 새겨본다.